뼈해장국으로 시작해서 만난 감자탕
감자탕은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다. 학업을 위해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음식이고 계속 좋아한다. 부산에서는 먹어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도 엄마가 해주신 적이 없다. 감자탕을 좋아하게 된 것은 감자탕 식당에서 점심 메뉴로 흔히 파는 뼈해장국이 시작이다. 처음에는 뼈로 해장국을 만든다고 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사람들이 돼지를 어떻게 국밥으로 먹느냐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돼지등뼈에 붙은 살코기를 빼먹는 재미도 있었고 뼈의 골수를 쪽쪽 빨아먹는 맛도 있었다. 육수에 절은 우거지는 밥도둑이었다. 남은 국물에 밥 한 공기 말면 한 끼로 든든했다. 그러다 전골로 나오는 감자탕에 욕심이 났고 맛있다고 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감자탕의 시작은 전라도라고 하는데 비즈니스 개념의 감자탕 원조는 응암동인 거 같다. 응암동에 있는 대림시장의 한 식당에서 마장동에서 가져온 돼지뼈를 우린 국에 감자, 우거지등을 넣고 끓여 팔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감잣국이라 불렀고 인기를 끌자 미투 영업이 시작되면서 감잣국 골목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핫 아이템이 되면서 감자탕으로 확산되었다. 한때 커피시장의 휘어잡았던 카페베네 대표도 추풍령 감자탕으로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감자탕의 인기는 사그라들었지만 곳곳에 감자탕의 강자들이 여전히 돼지등뼈를 삶고 있다.
감자탕의 감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아니다?
서교동 영동감자탕도 그중 하나다.
감자탕의 '감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아니라 돼지의 척추뼈를 이르는 다른 말인 '감자뼈'라고 한다. 영동감자탕 벽에 붙어 있는 감자탕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서 이곳 감자탕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뼈해장국이 사라지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뼈 해장국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집 내공을 확인해야 했기에 감자탕이 아닌 뼈해장국을 먼저 맛보았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국물이 일반적인 뼈해장국의 국물과 결이 달랐다. 콩비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안 어울릴 거 같은데라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한 숟가락을 떠보니 반전이었다. 고소하지만 시원한 맛이 공존했다. 콩비지를 과하게 넣지 않고 적정한 비율을 찾은 것이다. 건강한 느낌도 추가되었다. 자칫 콩비지로 심심한 감자탕으로 느껴질 수 있어 호부호 갈릴 수 있다. 이것을 깨기 위해 매운맛을 추가하고 단계를 선택하게 한 것도 영리한 방법이다. 약간 매운맛이 신라면 수준이라고 한다.
이후 자주 방문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뼈해장국은 사라지고 소, 중, 대만 남았다. 코로나 이후 인력난으로 가격전략을 바꾼 것이다. 고객으로서는 아쉽지만 경영측면에서는 현명한 판단을 한 거 같다. 기존에 쌓아 놓은 인지도가 있으니 고객이탈이 한 번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고객이탈이 되더라도 객단가 상승으로 간극을 메워줄 것이다. 효율성은 덤으로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줄여 줄 것이다.
그리고 또 잘하고 있는 것은 3명이 가서 소자를 주문해도 중자를 권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점심으로는 3명이 가서 소자를 주문하고 사리를 추가하고 밥을 볶아 먹으면 모자람이 없다. 2인 방문 빈도도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전체 객단가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집 사장님은 맛을 내는 것에도 고수이지만 마케팅에도 고수이다. 하수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3명이 가서 소자를 주문하면 인상을 구기면서 중자를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골로 먹어도 맛은 변함이 없으나 뚝배기로 먹었을 때보다 감흥은 덜한 느낌이다. 콩비지가 들어간 감자탕은 뚝배기에 먹어야 제맛인 거 같다.
주 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48-2
식당관광 한 줄 소감 : 건강한 맛도 맛이 있음을 보여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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