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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경영

작지만 강한 식당 롤모델 홍제동 중식당 계화원

by 철쌤 2023. 1. 24.

오래가는 상권 홍제동

서대문구 홍제동으로 이사 온 지 햇수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홍제동 주민등록 인구수는 55,473명(2022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세대별 인구수는 2.3명이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21%이다. 홍제동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지역이다. 그러나, 홍제역 상권 중심으로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다. 인접한 홍은동 인구수까지 더하면 10만 명이 넘는 거대 주거 밀집지역이다. 이러한 상권에는 식당들의 수명주기가 긴 편으로 내공 있는 숨은 고수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실제 8년 차 살면서 간판 갈이가 많지 않다고 체감한 상권이다. 때문인지 홍제역 주변 대로변 1층 임대 시세는 여느 상권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소상공인마당 상권정보시스템에 의하면 홍제동에는 261개의 외식업체가 영업 중에 있다. 식당 1곳 당 213명을 커버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평균이 식당 1곳당 122명에 비하면 경쟁밀도가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261개 외식업체 중 8년간 가장 많이 방문한 곳 중의 하나가 '계화원'이다. 

 

계화원 실내외 전경. 낮에 보면 참 노포스러운 파사드인데 저녁에 조명이 들어오면 살짝 화장한 느낌이 든다. 실내 수리 한번 하셨다.
벽에 DP 마냥 장식된 메뉴판. 매장이 작아서 이거 하나로 주문하고 받는다. 이 메뉴를 혼자서 다 하신다. 그래도 어느 메뉴 하나 허점이 없다.

우연히 들른 계화원

계화원을 처음 방문한 것은 중식당 오픈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던 때였다. 셰프 채용 면접을 역 인근에서 하기로 하여 약속 장소로 가던 중 '계화원' 간판이 보였다. 세월에 색이 바랜 간판이었지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맛집 일거라는 촉이 왔다. 약속 장소를 계화원으로 변경했다. 매일 중식을 조리하고 맛을 보는 중식 셰프라서 피로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어 살짝 망설였으나, 그는 프로였다. 일상에서도 자주 중식을 먹는다고, 원체 좋아하기도 하고 어디서든 배울 게 있어서 중식당 가는 것이 좋단다. 계화원을 들어서니 입구에서 중방을 향하는 통로를 바탕으로 왼쪽 편에는 입식 테이블, 오른쪽 편에는 좌식테이블로 나눠져 있었다(지금은 모두 입식 테이블로 바뀌었다). 켜켜이 누적된 고량주의 진하고 달콤한 향과 불맛 가득한 음식 향이 코를 간지럽히며, 이 집 괜찮을 거 같다는 신호를 주었다. 메뉴는 벽면에 커다랗게 장식 마냥 붙어 있었다. 식사류 15종, 요리류 15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벽면 메뉴판에 중화탕수육 전문점이라는 둠구구 도드라지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우선 탕수육을 주문했다. 면접이라는 경직된 판을 바꾸고자 술도 주문했다. 기본 상차림으로 단무지, 양파, 땅콩, 짜사이가 나왔다. 동네 중국집에서 땅콩, 짜사이를 내놓다니. 기대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온 탕수육의 자태는 위풍당당했다. 일단 사이즈가 컸다. 입이 작으신 분들은 가위로 잘라먹어야 할 정도이다. 튀김옷으로 사이즈를 키운 것이 아니라 고기를 두껍께 썰어서 큰 것이다. 잘 튀긴 돼지고기의 맛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해서 먹저 덴프라 스타일로 탕수육을 드셔볼 것을 권한다.
깐풍기, 오향장육, 양장피, 핫뿐만 아니라 콜드 메뉴도 훌륭하다.

이어서 다른 메뉴들도 주문을 해 보았고, 모두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여 주었다. 식사로 주문한 짜장면은 건더기는 많이 들어가지 않은 소스 위주의 심플한 모습이다. 단맛과 짠맛이 약한 편이고, 면기능 강화제를 넣지 않아 면이 하얀색이고 쫄깃한 식감이 약한 편이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조건인데, 나에게는 건강한 짜장면으로 다가왔고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4,500원이었다(지금은 6,000원). 가성비가 있는 집이다. 셰프도 이 집의 내공을 인정했다. 맛있는 음식과 고량주를 곁들인 면접은 향기롭게 잘 진행되었다. 결국 그는 나와 함께 삼청동에 중식당을 오픈했다.

 

계화원, 우리와 이렇게 달랐다

중식당을 오픈해서 운영해 보니 '계화원'의 장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오픈한 중식당은 3층 단독 건물에 100석 규모로 룸을 구비한 다이닝 중식당이다. 2층은 코스 메뉴 타깃으로 룸으로 꾸몄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3층은 식사도 가능하도록 개방형 홀로 디자인했다. 이에 투자비, 인건비 등 고정비가 높은 구조이다. 성적표를 받아 보니 운영 중에 있는 타 카테고리 매장에 비해 식재료 코스트는 낮은 반면에 인건비 비중은 높게 나왔다. 중식당은 주방 인건기비가 타 카테고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불과 싸워야 되는 그들의 노동과 오랜 기간 연마 해 온 스킬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식재료 코스트를 조금 더 들여다보니 식사메뉴가 일품메뉴 코스율 보다 높았다. 일품메뉴와 코스메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사메뉴 가격을 낮추고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도 있었다. 계화원은 홍제역 이면 골목 초입 1층에 입지 해 있고 26석 규모의 작은 중식당이다. 화교 노부부가 주방과 홀을 각각 역할 분담하여 운영하고 계신다. 바쁠 때는 자매가 번갈아 가며 일을 돕는다. 계화원의 성적표를 추정하기 위해 영업방식을 살펴보았다. 계화원은 동네 중식당의 대표적인 영업방식인 배달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지하철역에서 빌라촌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있다 보니 포장에 대한 니즈가 있어서 그런지 포장 영업은 하고 있다. 점심을 일상식을 목적으로 한 고객들 위주이고 저녁에는 술자리를 가지는 고객들 비중이 높다. 이에  저녁에는 회전율이 좀 떨어져서 웨이팅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중식당에 주류매출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매출 볼륨은 물론 영업이익도 좋게 된다. 배달 위주 중식당에 비해 객단가도 높고 배달에 대한 고정비나 변동비도 들어가지 않는다. 배달관 관련된 감정노등에도 자유롭다. 오로지 요리와 방문고객에만 집중하면 되도록 시스템화되었다. 그러니 메뉴퀄리티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그 맛에 고객은 재방문을 하며 고량주를 주문한다. 돈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다. 

이렇게 나의 중식당 성적표와 단골로써 다니며 매겨본 계화원의 가상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니 계화원의 장점은 실속이었다. 매출은 내가 운영한 중식당이 계회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그러나 영업 이익률은 계화원이 4배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더 비교 불가 한 것은 노동생산성이다. 계화원은 가족경영으로 풀타임을 하는 부부와 가끔 도와주는 자매나 파트타이머를 감안하면 2.5명, 나의 중식당은 15명 이상이 근무하며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비교할 수 없다. 계화원은 미루어 짐작 건데 나의 중식당뿐만 아니라 홍제동 전체 통틀어 가작 실속 있게 영업하는 매장 중 하나일 것이다. 가족으로 똘똘 뭉친 팀워크가 자본을 앞세운 팀워크 보다 탄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식사류도 모자름이 없다. 주방을 혼자서 하시다 보니 요리 주문이 밀리는 경우 볶음밥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작지만 강한 식당의 저력을 배우자

코로나 19로 배달을 하지 않던 매장들이 배달을 타개책으로 내세운 곳들이 많았다. 방문하지 않는 고객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계화원은 여전히 배달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계화원을 통해 작은 식당의 운영 방향을 배울 수 있었다. 

첫째,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배달영업, 연중무휴 영업시간, 매장확장 등을 하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실속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상품력, 자금, 체력, 마음의 근력을 축적해 나갈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고객에게는 가성비라는 편익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만족한 고객은 재방문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둘째, 가족 경영이 작은 식당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경영은 장단점이 공존하다.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불화'이다. 반면에 대표적인 장점은 이직률이 심한 외식현장에서 직원으로 인한 비용이 소모되지 않는 것이다. 감정 소모로 인한 기회비용도 포함된다. 계화원처럼 홀, 주방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몇 가지 원칙만 공유가 되면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것이다. 좌식테이블이었던 공간을 덜어내고 입식테이블로 변경하는 리뉴얼 공사를 했다. 좌식문화가 일반적이었던 과거에는 불편함이 없게 느껴졌으나 입식무화 위주인 지금은 고객과 식당 모두 불편한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는 양반다리 하고 있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고, 여성들은 치마를 입었을 때의 불편함도 상당하다.

넷째, 노포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요리사이자 평론가인 박찬일은 <백 년 식당>에서 노포의 공통점을 '맛있다', '주인이 직접 일한다',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 3가지로 뽑았다. 단순한 듯 보이나 모든 경영기법들과 시간을 다 녹여 넣어야 가능한 것이다. 계화원은 이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고 노포의 길을 가고 있다. 작지만 강한 식당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추억의 난자완스, 볶음 짬뽕 같아 보이나 결이 다른 중화야끼우동. 서영이는 계화원에서 짬뽕에 눈을 떴다. 자극적이지 않게 칼칼하다.

 

주 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3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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