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식사는 물론 술을 곁들일 때도 빠질 수 없는 메뉴 중의 하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많고 찌개를 파는 식당에서는 구색으로 갖추고들 있다. 미군 부대에서 유래했다는 음식의 기원을 따라 부대가 있던 지명을 딴 부대찌개들이 유명세를 떨쳤다. 의정부 부대찌개, 송탄 부대찌개가 대표적이다. 20여 년 전에 의정부와 동두천 식당관광을 하면서 평양면옥을 들린 후 오뎅집을 간 적이 있다. 부대찌개의 원조라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햄을 좋아하지 않고 부대찌개에 익숙하지 않은 부산촌놈은 기대하지 않았으나 오묘하게 전달되는 재료들의 합의 맛에 놀랐었다. 평양면옥에서 냉면과 제육을 감탄하며 먹고 온터라 허기가 없었음에도 젓가락직을 멈출 수 없었다. 이후로는 오뎅집에서 먹었던 만큼의 부대찌개를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창업자의 후대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있어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옛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와중에 오뎅집만큼이나 맛있는 부대찌개 식당을 만났다.
합정역과 망원역 사이에 있는 의정부 부대찌개이다. 인근에 사무실들이 많은데 주변 직장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식당이다. 간판을 의정부 부대찌개 전문점이라고 위풍당당하게 걸었는데 메뉴도 부대찌개 단일 메뉴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뚜껑을 덮은 상태로 불위에 올려지는데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떻게 나오는가 싶어 뚜껑을 열려고 했더니 사장님이 열지 말라고 하신다. 본인이 다 알아서 해주신다고.
가만히 지켜보니 짧은 머리를 하신 남자 사장님이 이리저리 다니시면 타이밍이 되면 뚜껑을 열고 휘저어 가며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 30년 이상 부대찌개만 하셨다고 하니 민간인이 볼 수 없는 미묘한 맛의 타이밍이 있는 거 같다. 대단한 마케터이시다. 처음 온 나도 기대와 신뢰가 생기기 시작한다.
첫맛은 간이 세다고 느껴졌으나 곧 햄과 파에서 나온 감칠맛이 입안을 뒤덮어 버리고 흡입하게 만든다. 양념에 들어간 마늘의 칼칼함이 묻은 시원한 국물은 절로 소주 한잔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술은 오후 1시부터 판매하신다. 점심시간에 매출에 집중하기 위한 회전율과 사장님의 뚜껑철학 때문일 것이다.
공깃밥 온장고에 넣어둔 밥이 아니라 직접 밥솥에서 밥을 퍼주신다. 조밥이다. 이런 배려도 좋다. 쓱싹쓱싹 비벼 먹기에 좋다. 부대찌개가 워낙 강해서 반찬이 필요 없기는 한데 찌개를 먹는 중간에 동치미를 곁들이면 페어링이 좋다. 소주 대용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부대찌개를 만났다. 원칙을 고수하며 단일 메뉴에 집중해 오신 결과로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는 부대찌개를 만드셨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탁월함을 검증해 주신다.
주 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90
식당관광 한줄 소감 : 의정부에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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