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합정동에 있을 때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다녔던 곳이다. 원래 자리에서 30여 m 이동한 것 말고는 조금도 바뀐 게 없다. 10여 년 만에 들렀는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반가웠다. 어탕국수는 민물고기를 쌓아 삶아 체에 곱게 내린 후 채소와 양념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수이다. 충청도 지역의 어죽, 경기 북부지역의 털레기와 같은 계열이라고 할 수 있다. 개울이나 강근처에서는 많이들 해 먹었던 요리일 것이다. 강이 아닌 바다에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요리가 있다. 포항의 모리국수이다. 다른 점은 민물생선이 아닌 바다생선이 들어가고 갈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산청이 외갓집이라 어탕국수에 관련된 경험이 있다. 외갓집 앞에는 멱을 감고 놀던 경호강이 있었다. 경호강은 거울같이 물이 맑다는 의미이다. 산청군 생초면어서리 강정부터 산청읍을 거쳐 진주의 진양호까지 30여km를 돌고도는 맑은 물길을 볼 수 있다. 밤에는 외삼촌과 함께 고기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고기를 잡은 후에는 이것저것 때려 넣고 먹었는데 어릴 때라 먹는 재미보다는 고기 잡는 재미만 있었다. 그래서 합정동 지리산 어탕국수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어탕국수 외에도 어탕밥, 다슬기국수, 민물매운탕, 흑돼지도 판매하고 있다. 우렁탕과 국수는 없었는데 새로 하시는 것 같다. 어탕밥은 국수 대신에 공깃밥을 따로 주는 메뉴이다.
메뉴를 주문하면 기본찬으로 두부조림, 깍두기, 얼갈이 겉절이가 나온다. 두부조림이 은근히 매력이 있다.
어탕국수는 뚝배기에 팔팔 끊여져 나온다. 국수는 살짝 덜 익은 상태로 나오는데 조금만 지나면 익어 버린다. 뚝배기에서 국스를 조금씩 먹다 보면 국수가 완전히 익어서 국물에 전분기 빠져 버리게 된다. 그 맛도 나름 있지만 국수를 바로 앞접시에 덜어서 먹는 것이 좋다.
10년 전에는 국수를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그때는 밥도 그냥 주셨다. 지금은 주시지 않는 것 같다. 주신다고 해도 이제는 양이 적어서 밥을 말아먹지 못한다. 그러나 국물은 보약 마냥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이렇게 몸에 이로운 음식은 남길 수 없다.
주 소 :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87-10
식당관광 한줄 소감 : 음식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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