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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창업

외식창업은 창직이다

by 철쌤 2023. 1. 23.

창업은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코로나 19 이후 자영업 시장, 특히 외식시장은 이익 확보가 더욱 어려운 고비용 구조로 가고 있다. 돈 벌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하지 말고 '돈'이외의 다른 창업이유를 우선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장기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돈을 벌 수 있는 안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창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먼저 창업의 개념에 대해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단 창업을  사전적 정의인 '나라나 왕조 따위를 처음으로 세움'과 같은 거창한 환상은 버려야겠다. 힘을 좀 빼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기로에 선 순간인데 이 정도 시간은 일부러라도 내어야 한다.이런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맞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등산, 카페, 산책, 여행 등 탈 일상적 시간과 공간이며 더욱 좋다. 난 이동중이거나 카페에서 커피멍 때리면서 하는 것이 성과가 있었다.

커피멍 때리면서 성찰하는 것이 나에게는 맞는 방법이었다.

자아성찰 없는 창업은 빠른 실패를 잉태한다는 것을 지난 2015년에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돈을 벌고 싶었고, 돈을 벌기 위해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싶었다. 성공의 기준은 돈이었고,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일을 크게 벌였다. 고객들에게 검증받지도 않은 레시피를 공장에 의뢰하여 제품화하였다. 안정되지도 않은 매장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러 다녔다. 

결국, 짧은 오픈 빨 이후 드러난 나의 약점을 건드리는 사건사고들에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매출에 일희일비하고, 사건사고의 원인들을 남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직원들부터 시작해서 나의 치킨을 알아봐 주지 못하는 고객들까지. 자존감 있고 이타적이라고 생각했던 창업에 대한 나의 동력은 무익한 자존심과 이기적 마인드였다. 자존심과 이기적 마인드를 가지고 매장을 끌고 나갈 수는 없었다. 장기적인 창업에 버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근력이 약했다. 그래서 빠르게 만세를 불렀다. 투입된 비용과 시간들이 아른 거렸지만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매몰비용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결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자아성찰을 하고 창업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 것이 아이러니했다. 값비싸게 치른 자아성찰이었다.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나'란 존재에 집중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달콤한 유혹과 사건사고에 당황하지 않고 삶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건대에 본점을 야심차게 오픈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농부치킨.  

업(業)이 아니라 직(職)으로 접근하자

창업에 대한 고찰 결과 창업은 '일자리를 내가 만드는 것'으로 재정의를 내렸다. '창업(創業)'이 아니라 '창직(創職)', 즉 내가 직장을 세우는 것이다. 일자리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스펙을 쌓고 직장을 세우는 것이다. 남의 일을 위해 필요한 스펙과 나의 일을 위해 필요한 스펙은 다르기 마련이다.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투입할 물질적, 정신적 자원을 창직을 위해 투입하는 것이 투자대비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더구나 정년 없는 내 직장이지 않은가?

창직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생계에 필요한 인건비를 정해놓고 가져갈 수 있는 아이템으로 직장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창직을 하지 않고 남을 위해 일할경우 가져갈 수 있는 기회비용, 즉 급여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의 대상이 달라진다. 남이 만든 직장에 다닐 때는 급여를 주는 사장의 눈치를 봐야 했다면, 내가 만든 직장에서는 고객의 눈치를 봐야 하는 차이가 있다. 즉, 고객을 위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고객의 이익을 우선 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나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고객의 배가 부르면 내 배도 부르게 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리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창직'은 고객을 위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내가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장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왕국이 아니라 직장이므로 역할과 규칙을 감안하여 처신해야 한다. 외식업은 육체적 첵력과 정신적 체력을 장시간 필요로 하는 노동이 매일 반복되는 곳이다. 그리고 경쟁도 치열하고 생존율도 낮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기업생명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외식창업을 하면 5년 버티는 곳이 10군데 중 2곳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생존율이 낮은 곳에서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창직'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질구레한 일도 솔선수범해서 하게 되고 직원들은 신뢰를 가지고 일에 임하게 된다. 신뢰로 뭉친 직원이 장기간 함께 해주면 그만큼 큰 힘이 되는 자산은 없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장의 기초 체력이 다져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이타적인 창직 이유를 찾아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다니는 회사에 비전이 없어서', '취업/재취업이 안 되어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등과 같은 현실도피적이고 나를 위한 창직 이유를 탈피해서 찾아야 한다. 차별화된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창직' 이유이다. '창직'이류를 찾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았던 아이템을 발견할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전략을 얻을 수 있다. '창직'의 이유가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든지,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라든지와 같은 숭고하고 위대한 이타적 이유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나에게 의미 있는 '작은 이유'를 찾으면 된다. '

 

블로그 이름을 창직을 위한 공부라고 네이밍 한 것도 창직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반영하고 공부하며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2023년 설날을 맞이하여 멈추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쓰며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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