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가 돌 되기 전에 홍제동에 이사를 왔다. 시나브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8년이 지났다. 8년 동안 홍제동에 있는 많은 식당들을 다녔는데 고기를 먹을 때는 이곳이 1순위로 떠오른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애띠(비글)와 같이 다닌 추억이 있는 식당이기도 하다. 그때 당시에는 식당 앞에서도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민원이 들어온 이후로 그 정취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노포스럽고 일부러 신경 안 쓴듯한 파사드와 실내는 고기맛과 술맛을 돋우어 준다.
이 집에서는 주로 소, 돼지고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는 목살, 갈매기살, 삼겹살, 껍데기가 준비되어 있다. 고기는 모두 200g 단위이다. 이전부터 그렇게 해오셨기 때문에 최근 150g으로 제공하고 있는 추세에도 굴하지 않고 계신다. 삼겹살도 나쁘지 않지만 주로 소갈빗살을 주문한다. 주물럭 스타일로 나온다. 양념이 진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래도 집중해서 구워야 타지 않는다. 특히 이 집 불은 연탄이기 때문에 연탄불 세기를 봐가면서 구워야 한다. 이젠 제법 판도 자주 가질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굽는다.
고기를 보조하는 상차림도 훌륭하다. 특히 콩나물국은 여러 번 리필해서 마시는데 간혹 고기보다 이 집 콩나물국이 생각날 때도 있다. 보기에는 평범한데 마셔보면 시원함이 온몸을 감싸며 전투력이 상승한다. 숟가락으로 떠먹기보다는 그릇째 들고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김치는 상쾌한 신맛이 좋은데 고기의 지방에 미각이 마비될 때 먹어주며 좋다. 연탄부에 굽는 거보다는 생으로 먹는 것이 매력적이다. 파절이도 평범하지 않은데 한국식 샐러드의 전형이다. 밥 하고도 잘 어울린다. 식사류는 공깃밥 말고는 없는데 바로 건너편에 있는 냉면집에서 냉면을 포장해 와서 먹어도 된다. 비빔, 물냉면 모두 6천 원으로 가성비가 좋다.
이 식당은 8년 전에 뵙던 이모님들이 아직 일들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친절하시다. 노포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영이가 이 식당을 좋아하는 거 같다. 허름하거나 화장실이 불편한 곳은 가려고 하지 않는데 이 식당은 예외다. 어릴 때부터 이모님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맛있는 고기를 먹어와서 그럴 것이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306-2 칠성산소금구이
13시 30분 ~ 22시(매주 일요일 휴무)
식당관광 한줄 소감: 낮술도 좋고 밤술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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