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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관광

국밥관광 돼지국밥 부산 60년 전통할매국밥

by 철쌤 2022. 12. 26.

부산 출신이지만 돼지국밥은 늦게 배웠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거의 초등학생 입맛이었다. 물에 빠진 고기는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곰국과 같은 흰 국물에 들어가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돼지국밥의 신세계에 빠진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이다. 친구들이 부산수산대(지금의 부경대)에 많이들 가고 집 근처라서 학교 앞에서 자주 만났다. 학교 정문 앞에 돼지국밥집이 있었다. 소주 한잔을 빌려 먹어본 돼지국밥은 신세계였다. 맛도 있었지만 가성비가 탁월했다. 돈이 궁했던 학생들에게 돼지국밥은  국물, 고기, 밥, 반찬 소주까지 내어 주었다. 소주에 새우깡만 있어도 즐거웠던 시절에 돼지국밥은 허기와 해장을 번갈아 채워주었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 돼지국밥은 멀어져 갔다. 돼지국밥 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설렁탕, 순대국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돼지국밥은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의 소울 푸드였지 서울 사람들의 소울 푸드가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은 심지어 돼지 국밥이라는 메뉴명 자체를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돼지를 국밥으로 어떻게 먹느냐고 되물었다. 돼지국밥의 신세계를 설명해주면 순대국밥과 뭐가 다르냐는 반응이다. 이와 같이 지역구 음식이었던 돼지국밥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KTX, 해운대 발전, 먹방, SNS 등의 영향으로 부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돼지국밥의 인지도와 선호도도 함께 늘어났다. 부산 출신인 나도 몰랐던 돼지국밥집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중 한 군데가 60년 전통할매국밥이다.

맑은 육수에 무심히 고추가루를 뿌린 자태가 평양면옥의 냉면을 떠오르게 한다. 7,000원.

이  식당의 주소를 확인하고는 안타까웠다. 좀 더 빨리 돼지국밥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의 위치는 범일동 동시상영 극장 트리오였던 보림 극장 근처였다.(영화 친구에 나왔던 삼일극장과 삼성극장이 같은 대로변에 있었다). 근처에 있는 금성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모를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변화된 거리와 과거를 대비해보며 국밥집으로 향했다. 

매장 내부와 외부는 전형적인 노포식당의 모습이다. 국밥 솥을 지키고 있는 분들은 식당의 역사보다 더 오래되신 분들이었다. 노포식당들의 공통점이다. 맛을 유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60년전통할매국밥의 돼지국밥의 국물은 맑은 스타일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사골만으로 육수를 내지 않고 고기도 함께 넣어 우려내었을 것이다. 누린내가 나지 않고 시원한 맛이 해장으로 참 좋겠다. 

수육(소) 10,000원

혼밥이지만 또 언제 오겠나 싶어 수육 작은 거도 주문했다. 삽겹 부위가 나왔는데 돼지고기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잘 삶았다. 아버지 산소 갈 때 이 집 수육을 가져다 올려야겠다. 삶은 돼지고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 같다. 그런데 아버지도 이 식당을 가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소 :

부산시 동구 범일동 28-5

식당관광 한줄 소감: 

아버지에게 소개 하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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