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장을 위해 KTX를 이용했다. 광주에 KTX가 정차하는 곳은 광주역이 아니고 송정역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다 국창 임방울 선생 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미팅일정이 있어 바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올라갈 때 보리라 눈동장을 찍어 놓았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국악에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미스트롯에서 송가인 씨가 국악 발성을 바탕으로 한 노래를 들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의 시시 상청한 소리가 좋으니 민요나 판소리를 해도 좋게 들렸다. 그리고, 랩,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을 통해 혁신을 보여주는 퓨전국악은 국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주었다. 송가인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국악과 퓨전국악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임방울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이 나서 전시관에 관심이 갔다. 이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임방울 선생의 본명은 임승근이며 광주가 고향이다. 그는 25세 때 전국명창대회에서 '쑥대머리'로 장원한 뒤 동편제와 서편제를 두루 익혀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1930년대 부른 '쑥대머리'와 '호남가'를 수록한 음반이 100만 장이나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봐도 대단한 판매량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만주에서까지 그의 명성이 알려졌다고 하니 원조 월드스타이다.
우리말 '쑥대머리'란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옥에 갇혀 있는 형상을 묘사한 것으로, 머리카락이 마치 쑥이 엉킨 것처럼 난발이 된 모습을 가리킨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춘향이의 형편이 당시 나라를 잃고 억압받던 민중들의 삶과 겹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가 돋보이는 점은 화려한 무대보다 시골장터나 강변의 모래사장에서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과 한을 노래한 음유시인이었다는 점이다
국창 임방울 선생 전시고나은 지하철 송정역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국창 임방울 선생 전시관, 판소리 동편제 전승계보, 임방울 선생 삶과 예술, 체험학습공간, 음향·영상 체험공간 등 5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임방울 선생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국악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쑥대머리처럼 민중의 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소리를 전해 준다면 지금 보다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를 기리기 위해 임방울 국악제도 매년 열리고 있다고 한다. 서영이에게 국악을 권해볼까.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쑥대머리를 들으며 그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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