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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일상

2022년 가족행사는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아듀

by 철쌤 2022. 12. 31.

발레꽃이 피었습니다

딸아이 서영이가 발레를 배우게 되면서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ballet의 어원이 ballare(이태리어 춤을 추다)인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줄 알았다. 발레를 배우던 초창기에는 나에게 발레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레동작용어도 알게 되었다. 앙바, 앙 아방, 를르베, 아라베스크, 팡셰 등 동작을 보여주면 뭐냐고 물어보거나 따라 하게 했다. 팡셰가 힘들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발레꽃이 피었습니다로 바꿔서 멈출 때 발레동작을 취하는 놀이도 한동안 했다. 몸치인 아빠가 안쓰러운지 지금은 하지 않는다. 고맙다. 딸.

발레 동작을 보여주고 따라 해보라는 선생님이자 딸

호두까기인형 스토리

발레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쉽게 볼 수 있는 발레공연을 알아보았고 호두까기인형이 제격이었다. 아이들도 관람할 수 있고 연말을 장식하는 의미도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호두까기인형은 19세기 러시아 발레의 중심지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1892년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작이다. 예술에 문외한 인 나도 호두까기인형을 알 정도이니 말이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테오도어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대왕'을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가 각색하고 러시아 고전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 대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음악을 입혀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3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콜라보를 하였으니 그 가치를 알 만한다.

호두까기인형이지만 호두를 까보지는 못하고 있다.

스토리 자체는 간단하다. 클라라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클라라는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는다. 파티가 끝나고 모두 잠든 사이에 생쥐대왕과 부하들이 나타나 크리스마스트리를 망가트리자 호두까기 인형과 병사들이 맞서 싸운다. 전투 중에 호두까기인형은 위기에 처하게 되자 클라라가 구해주고 힘을 합쳐 생쥐대왕을 물리친다. 그리고 왕자가 된 호두까기인형과 클라라는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축제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스토리자체보다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춘 클라라와 호두까기왕자의 그랑 파드되(발레에서 여성과 남성 발레리나가 함께 춤추는 것), 역동적인 눈송이 왈츠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설치된 호두까기인형 포토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결정

호두까기인형 발레공연 시장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12월 17일~2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 22일~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볼쇼이 발레단 유리그리고로비치 버전이고 유니버설 발레단은 러시아 마린스크 발레단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이라고 한다. 난 두 가지 버전 차이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결정의 기준은 안무버전이 아니라 접근성으로 결정했다. 집에서 가까운 세종문화회관으로 결정하고 예매를 서둘렀다. 작년에는 무대에서 좀 떨어져서 딸아이의 컴플레인을 받았던 터라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예매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쳤다. 목표했던 맨 앞 좌석은 확보하지 못하고 세 번째 좌석으로 예매를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다른 공연들은 수시로 알림톡을 보내저디 호두까기인형은 알림톡을 왜 안 보내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지 않았으면 공연을 놓칠 뻔했다.

호두까기인형의 장외 하이라이트인 사진 찍기. 낯가림 심한 아이가 발레포즈를 취할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어서 표정은 굳어 있다.^^ 

호두까기인형의 장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진 찍기는 공연 전에도 대기라인이 길고 공연 후에도 대기라인이 길다. 30분 이상 기다린 거  같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크리스마스이고 연말이라 평온 해진 것인가. 2023년에도 평온과 배려가 가득하기를 호두까기인형을 통해 빌어 본다. 그리고, 내년에는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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