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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일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먹는 동지팥죽

by 철쌤 2022. 12. 24.

여자처차 동지에 팥죽을 놓치고 크리스마스 이브 브런치로 팥죽을 먹었다. 동지는 겨울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의 길이가 짧아진 날이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기온이 이를 말해준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유래는

'형초세시기'에 나와 있는데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역질 귀신을 쫓기 위해서라고 한다. 역질은 천연두를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연두는 인류를 괴롭힌 질병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가 처음으로 박멸한 질병이다. 이제 더 이상 역질 귀신을 쫓기 위해 팥죽을 하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오래 풍습으로 몸과 머리에 새겨져 있는  팥죽의 맛과 의미로 동지가 되면 우리는 팥죽을 찾는다. 맛도 좋고 영양이 풍부한 팥죽을 안 먹을 이유가 없다. 팥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의미도 있다.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동지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팥죽을 쑨 이유다.

붉은색을 띤 팥이 선조들은 태양, 불, 피와 같은 생명의 표식으로 여겼다고 한다. 광택이 나고 흰 색띠가 뚜렷한 것이 좋다.

팥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68%, 단백질 20% 내외이며, 항당뇨와 항산화활성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등에 효능이 좋다고 한다. 우유보다 단백질이 6배, 철분이 117배 많다고도 한다. 탄수화물이 많기 때문에 밥에 비해 적은 양을 먹어도 높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에너지 공급원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팥죽 만큼 좋은 음식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팥은 열을 가하면 늘어나는 단맛으로 주식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국내 소비되는 팥의 80%를 수입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삶은 팥을  믹스기로 갈지 않고 채로 걸렸다. 가열을 제외하고는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팥죽을 쑤기 위한 과정은 팥불리기 → 팥삶기 → 팥갈기 → 팥끊이기로 이루어진다. 제법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다.

순간 방심했더니 팥물이 넘치고 말았다. 아까운  것 보다 뒷처리 해야 되는 상황에 머리가 아프다. 사먹을거 그랬나.

팥물을  끊일 때도 잘 저어주면서 농도를 맞춰야 된다. 잠심 방심하면 눌러 붙거나 넘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완성 된 팥죽

찹쌀이 없어 쌀을 넣고 쑤었다.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먹기도 한다.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지금 나이수대로 먹으면 배가 불러 터질 것이다. 죽만 먹으면 금방 배가 꺼져서 든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새알심을 넣어 먹었을 것이다. 팥의 단맛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간은 소금간만 했다.

 

맛있어서 딸아이 서영이에게 권했더니 '팥 싫어'라며 고개를 젓는다. 서영이는 팥이 들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서영이만 할 때 그랬던거 같다. 엄마가 해준 팥죽은 빼고 새알심만 골라 먹고는 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팥이 좋아지게 되었다. 팥의 자연스러운 단맛도 좋고 설탕을 가미한 단팥도 좋다. 서영이도 나이가 들면 팥을 좋아하게 될까? 내년 동지에는 새알심을 같이 만들어서 먹어볼까? 그리고 팥죽을 앞짚에 사는 분과 함께 나눠먹어 봐야겠다. 서영이와 팥죽과 관련한 추억을 만들어 봐야겠다. 이전에는 동지에 팥죽을 집집마다 풍성하게 해서 이웃과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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